- 2심 “사실상 사무장병원 해당”

비의료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실제 운영자가 법인이 아닌 이사장 개인이라면 이는 ‘사무장 병원’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부산지역 모 의료재단 현 이사장 A(44) 씨와 전 이사장 B(71)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자지간인 이들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법인(C의료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D요양병원을 열어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92회에 걸쳐 요양급여비 약 224억4900만 원, 의료급여비 약 30억84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지인으로 의료법인 임원진이 구성됐고, 피고인들이 법인으로부터 다소 많은 급여를 받은 데다 피고인 가족이 병원 직원으로 등록돼 월급을 수령한 점 등을 볼 때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의료법인의 재산이 없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지급된 돈이 다소 많긴 해도 배당 등이 아닌 ‘급여’이며, 법인 설립 당시 요구되는 조건과 절차를 지켰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들이 실체 없는 법인을 만들어 개인적으로 운영한 뒤 이득을 봤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익을 위해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했고, 운영자 역시 법인이 아닌 이사장 개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병원이 과거 B 씨가 설립해 운영하던 병원을 승계해서 개설됐고, 한때 의사 E 씨에게 양도되기도 했으나 이후 E 씨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 다시 양수받은 점 등을 볼 때 이 병원은 이전부터 ‘사무장 병원’이었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법인 설립 이후에도 법인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됐고, 피고인들이 병원 업무의 전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D병원은 ‘사무장 병원’이라는 게 항소심의 결론이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이전까지 비의료인이 개인 의사를 대리로 내세우거나 생협을 형식적으로 설립해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돼 처벌받은 판례는 있으나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처벌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