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조치 없이 구보에 광고 실어
- 예외적인 우호 행정에 논란 자초

부산 해운대구의 유람선 업체가 입찰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선착장을 독점 사용한다. 해운대구는 법적 대응이나 행정적 조처는커녕 되레 이 업체의 광고를 구보에 게재하는 ‘이상한 행태’를 보인다.

	9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인근 A사의 유람선 선착장. A사는 선착장 사용을 위한 입찰에서 떨어졌지만 9개월째 이곳을 점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9일 구에 따르면 유람선 사업자인 A사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가 사용하던 동백섬 인근 선착장(공유재산·약 900㎡)과 관련한 해양관광 요충지 사용 입찰에서 떨어졌다. A사는 오랜 기간 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 선착장을 사실상 독점 사용했다. 하지만 계약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10년 전 입찰이 진행됐고, A사는 낙찰을 받았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입찰에서 A사가 B사에 밀리면서 시작됐다. A사는 입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서 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 뒤 현재까지 공유재산 사용료(연간 5100만 원)도 내지 않은 채 버젓이 선착장을 사용하고 있다. A사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착장을 비워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A사 선착장 점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B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B사 대표는 “공유재산 사용권을 따낸 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로부터 여러 차례 솔깃한 협업 제안이 왔지만, A사가 공간을 내주지 않아 기회를 모두 날렸다”며 “사기업도 아닌 행정기관의 입찰에서 이런 꼴을 당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분개했다. 이번 입찰에 따른 선착장의 사용 기간은 2년으로, B사는 낙찰을 받고도 9개월가량을 날린 셈이다.

하지만 구는 A사에 어떠한 조처로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A사가 입찰에서 떨어진 이후에도 매달 A사의 유람선 코스를 소개하는 광고가 구보인 ‘해운대신문’에 게재된다. 나아가 지난해 상반기 부산해경의 사업면허 갱신 과정에서 구는 의견 발신 시한을 넘기면서 A사의 유람선 매연 등으로 인한 민원을 해경에 알리지 않아 논란(국제신문 지난해 9월 3일 자 8면 보도)이 일었다.

구 관계자는 “법적 분쟁이 시작돼 어떠한 조처도 할 수가 없다. 소송 결과에 따라 A사에 변상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B사의 경우 사용료 일부 감면 등의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A 사로부터 광고비를 받지 않았다. 다만 광고를 싣고 A 사 유람선 탑승권을 받아 주민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부산해경은 A사가 대체 선착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패소할 경우 유람선 사업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A사 관계자는 “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