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4만9598명) 대상으로 최근 회사와 잠정합의한 올해 임금협상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27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이 회사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고, 2년 연속 무파업으로 협상을 완전 타결했다. 특히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소차 등 친 환경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데 대한 위기의식에 노사가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노조는 임금 인상에만 집중하던 예전 교섭 행태와 달리 올해는 조합 소식지 등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고용 안정을 강조하는 등 일찌감치 태도변화를 나타냈다.
이에 화답하듯 회사도 연간 174만 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노조의 일자리 지키기에 동조했다. 또 조합원들 반발이 컸던 ‘시니어 촉탁제’ 변경 문제도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기존 재직 기간에서 일했던 근무 조가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된 탓에 불만이 컸다. 이에 회사는 시니어 촉탁자를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는 것으로 불만을 정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협상 타결을 토대로 노사가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조도 “어려운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대승적 결단을 해 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인식은 28일 열린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