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제구 2017년 조례 만들고도
- “입주자대표회의 의혹 밝혀달라”
- 첫 요청 5개월째 미뤄 유명무실
- 부산진구는 13회 감사 ‘적극적’

부산지역 아파트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자체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감사를 실시하지 않아 논란이 인다.

7일 연제구에 따르면 지난 5월 A아파트에서 전체 입주민의 30% 이상이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의혹을 감사해달라며 구에 요청했다. 이들은 ▷수의계약 적정성의 건 ▷입찰 또는 계약의 중요한 사항의 의결 누락 건 ▷공사 관련 자료 미보관의 건 ▷자료 공개 거부의 건 ▷준공책임 위반의 건 등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를 요청한 입주민 B 씨는 “감사를 신청한 지 5개월째지만 구로부터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공동주택 감사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구는 2017년 12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서도 감사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감사를 진행할 근거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마련되고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A아파트 입주민의 감사 요청이 조례 제정 이후 첫 사례이며, 향후 감사를 신청하는 아파트가 늘어나면 예산을 마련해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제구와 달리 부산진구는 공동주택 내 분쟁이 증가하자 감사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구는 2018년 2월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현재까지 13차례의 공동주택 감사를 진행했다. 구는 연제구처럼 아파트 입주민 30% 이상이 요청하면 감사를 실시하며, 이외에도 3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의 예산회계 등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으로 상시 모니터링한다. 구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의 동의나 예산회계 문제가 없더라도 입주민 간 분쟁이 있으면 구가 감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부산 16개 구·군 중 연제구 외에도 남·중구, 기장군은 관련 조례 제정 이후 감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남·중구와 기장군은 조례 제정 이후 감사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으나 연제구와 달리 감사 준비는 해둔 상태다. 공동주택의 수가 적은 동구는 관련 조례 자체가 없다. 부산시는 2016년 조례 제정 이후 매년 4회 지자체의 요청 등에 따라 기획 감사를 벌인다.

연제구의회 권성하 의원은 “공동주택 감사는 입주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아파트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어 필요한 제도인데, 조례까지 만든 구가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감사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당장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