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은 산림경제(山林經濟)를 썼다. 제목으로만 보면 산과 숲인 산림에 대한 책 같다. 전혀 아니다. 농가를 위한 가정생활 책이다. 즉 삼림학(森林學)도 산림학도 아니라 가정학이거나 생활학 책이다. 임업(林業)이 아니라 가업(家業) 책이다. 주택 섭생 농사 화초 양잠 축산 식품 구황 보건 방충 제약 길흉 취미 등 가정생활에 필요한 항목을 다루었다. 왜 가정경제라고 하지않고 산림경제라고 했을까? 답변은 통념을 강타한다.

산과 숲 산림이 아닌 살림에 관한 산림경제.

산림이라는 말은 한자 뜻과 별 상관 없는 음차어다. 우리말 살림을 한자 음 산림(山林)으로 썼다. 똑같은 발음의 산림(産林)으로도 썼다. 한자어 산림이 우리말 살림이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좀 그렇다. 살림을 산림으로 썼다는 설이 더 끌린다. 낱말의 어원에 관해선 100% 딱 맞는 진실이 없지만 이는 가설이 아니라 거의 진실에 가깝다. ‘산림경제’가 산(山) 숲(林)에 대한 산림학 책이 아니라 농가 살림살이 책이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 분명한 증거다.

이 살림은 불교에서 온 낱말이다.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에 따르면 승가(僧伽)를 이루고 살아가는 일이 살림이다. 즉 절의 살림살이가 살림이자 산림이다. 살림=산림. 대중산림이란 절의 살림을 대중의 뜻에 따라 하는 것이다. 대중이라는 낱말도 불교에서 유래했다. 절은 주로 불법을 공부하며 살아가는 곳이므로 불법연구회도 산림이라 칭한다. 변화무상(無常)하며 변화무쌍(無雙)한 이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산림할 것인가? 어떻게 살림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문생태학 차원에서 현대판 산림경제 책을 써야 하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