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 ‘코로나19의 온상’으로 낙인 찍히면서 환자 줄퇴원에 따른 경영난과 의료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뚫리면 끝장’이라는 초긴장 상태로 1년 가까이 방역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10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최근 요양병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면서 환자들의 퇴원이 잇따라 경영난이 가중되는 데다 간호사 채용마저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요양병원 제공

10일 부산 연제구 A요양병원에는 현관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출입문엔 ‘용무 시 벨을 눌러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병원 로비도 썰렁하기만 하다. 병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올까 봐 불안감에 악몽을 꿀 정도”라며 “임종을 앞둔 환자가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 지켜보는 우리도 힘들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요양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면서 입원환자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30% 정도 줄어 병원 운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요양병원마다 간호 인력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A 요양병원은 최근 부산의료원에서 코로나19 완치 환자가 입원한다는 소식에 간호사 5명이 사표를 냈다. B 요양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모집 공고를 냈는데 이력서 한 통 들어오지 않았다. 월급을 15% 인상하고서야 일부 인력이라도 겨우 구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병상이 많이 비어 있는 상태라 현재 인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코로나19의 온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관계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코호트 격리 중인 C 요양병원 이사장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의료진과 간병사의 접촉이 길고 잦을 수밖에 없다”며 “마치 요양병원이 다른 의료기관보다 방역을 소홀히 한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자비로 방역물품을 충당해온 요양병원들은 정부가 방역수칙만 강화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초기 방역 예산만 3000만 원이 들었고, 소독제와 알코올 등이 금세 바닥나 재구매 부담이 크다”며 “방역과 환자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완치 환자에 대한 방역당국의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전병윤 부산지회장은 “완치된 노인 환자는 원래 요양병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여전히 코호트 격리 중인 경우가 많아 다른 요양병원이 조금씩 맡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며 “현재 비어있는 침례병원 시설을 활용해 몇 개 층만이라도 임시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