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구, 282명 신분증 제작
- 현장 업무 어려움 해소 기대

최일선에서 풀뿌리 지방자치제도 실현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 간 ‘정책 혈관’ 역할을 하는 통장의 업무 수행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민과 접촉해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정말 통장이 맞느냐’는 의심을 사거나 접촉 자체를 꺼리는 일이 심해졌다. 기초지자체가 별도 예산을 들여 통장 인증 신분증과 명함(사진)을 발급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부산 금정구는 이달 중 통장 282명의 신분증과 명함(1인당 200장)을 제작해 배부한다고 11일 밝혔다. ‘반갑습니다! 저는 통장입니다’는 이 사업의 예산은 1000만 원이다. 구가 통장 신분 증명을 위해 얼굴을 새긴 신분증과 명함을 발급해주는 건 처음이다.

이 정책은 현직 통장의 민원을 청취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통장은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의 혜택이나 주의사항을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고령층 등 정보 취약 계층이나 새로 전입 온 신규 가구가 주요 방문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도 이뤄진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마스크 배부, 긴급재난지원 관련 안내 등으로 접촉해야 하는 주민 범위가 크게 늘었다. 그런데 평소 통장 방문을 받아본 적이 없던 세대를 중심으로 ‘대면 거부’ 등 반감이 일었다. 40년 가까이 금정구에 살며 9년째 통장 업무를 보고 있는 송성옥(58) 서2동 10통장은 “아파트 중심의 차단된 생활양식이 일반화되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통장의 얼굴이 명함’이던 때는 이미 지났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접촉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늘어나 본업무보다 이런 주민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가 아니더라도 생애 첫 주민등록증 발급, 전입 세대 확인 같은 업무는 직접 서명을 받아야 해 유선 안내 대체 등이 불가능하다.

구는 이 같은 사정을 살펴 공인된 신분증과 명함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지자체 통·반 설치조례에 따라 통장은 한 달에 수당 30만 원을 받지만 행정의 궂은일을 도맡는 명예직에 가깝다. 빈자리가 생겼을 때 신임 통장을 모셔오는 것 또한 ‘귀하신 몸’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정책에는 이 같은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정구 관계자는 “신분증과 명함이 현장 업무 어려움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발급 대장을 철저히 관리하고, 통장이 바뀔 경우 발급된 신분증과 명함을 반납받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