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센텀점도 이달 28일 영업 종료
- 시민 “책 읽으며 쉬던 곳인데” 아쉬움

휴게·독서·문화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표방하며 지난 5년간 운영해온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이 이달 말 매장을 철수한다. 독서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매출 부진이 극심한 탓이다. 서점이 떠난 자리에 어떤 매장이 들어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 신세계센텀시티몰에 있는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오는 28일 폐점을 앞두고 영업종료 안내문을 게시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14일 반디앤루니스와 신세계센텀시티에 따르면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이 오는 28일 영업을 종료한다. 서점 측은 최근 매장 곳곳에 영업 종료를 예고하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몰점은 2016년 3월 1일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2002년 교보문고가 들어설 때부터 대형서점의 지역 진출과 관련해 ‘지역 서점 상권 잠식’ 등 논란도 거셌다. 그러나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서가를 배경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좌석까지 갖춘 이 공간은 이후 인근 지역민에게 꽤 사랑을 받았다. 서점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매장의 독특한 콘셉트는 유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세 속에서 지난해 센텀시티몰점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반디앤루니스 전국 오프라인 매장 10곳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20% 줄었으나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30~50%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오프라인 책 구매가 주는 대신 온라인 책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디앤루니스 측은 도서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보고 전국 매장 10곳 중 서울을 제외한 울산 대구 김해 부산 등 4곳의 영남권 매장을 이달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31일 울산 매장에 이어 올해 1월 3일과 2월 10일 동대구 매장과 김해 매장이 각각 영업을 끝냈다.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임대료 감당이 쉽지 않았다. 온라인 사업이 더 잘되니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는 것”이라며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소임을 계속 이어갈 수 없어 서운함이 크다”고 말했다.

폐점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은 큰 아쉬움을 내비쳤다. 워킹맘인 이미수(40) 씨는 “틈날 때마다 쇼핑 뒤에 잠시 서점에 들러 일과 육아로 지친 심신을 달랬다”며 “서가의 책이 줄어서 재단장하는 줄 알았는데, 영업이 끝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독서광인 김종범(38) 씨는 “백색 소음을 즐기며 신간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해 반디앤루니스를 만남의 장소로 자주 찾았다”며 “도시철도역 근처에 이 정도 규모의 문화 휴게 장소는 드물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신세계센텀시티 측은 반디앤루니스가 떠난 자리에 어떤 매장을 입점시킬지 고민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시민의 아쉬움을 고려해 집객력 있는 문화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고객의 달라진 취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복합 문화 공간 형태를 띤 대형 신간 서점으로 부전동 교보문고와 영광도서, 기장군 이터널저니, 남포문고 등이 영업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