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과 자해 등을 일삼던 청소년이 경찰 보살핌으로 안정을 찾았다. 경찰의 성의 있는 면담과 지원이 1년간 이어지는 동안 청소년이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부산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성헌 경위가 한 학교에서 학생들과 면담하고 있다. 금정서 제공

23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여성청소년계 김성헌(49) 경위는 지난해 4월 ‘실종아동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살피던 중 A 학생을 알게 됐다. A 학생의 일지엔 가출 기록이 가득했다. 다수의 비행 전력을 포함해 자해를 시도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경위는 A 학생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성청소년계 경찰관으로서 청소년과의 대면은 일상적이지만, 김 경위는 A 학생과 면담하기 전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다수의 가출과 비행 전력이 있는 A 학생이 경찰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고, 자칫 경찰과 만나는 것만으로 ‘문제아’라고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기우였다. 그는 “의외로 A 학생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온다는 사실 자체를 반기고 고맙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면담은 학교와 집에서 장기간 이뤄졌다. 김 경위는 A 학생이 나이 차가 큰 부모와의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면담 중 ‘집을 떠나 독립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한창 예민한 나이지만 집에는 A 학생의 독립 공간이 없었고,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으로 가출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학생에게 독립 주거 공간을 내주는 것은 김 경위의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였다. 고민하던 그는 오랜 벗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산대사범대부속고 17회 졸업생인 그는, 동창들과 비정기적으로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후원하곤 했다. 동창들이 벙커침대(2층 침대 아래 책상 등 별도 공간이 딸린 가구) 등을 지원하는 데 동의하면서 지난 22일 A 학생에게 전달됐다.

그간 A 학생의 삶도 변했다. 한 달에도 서너 번씩 가출을 일삼던 데서 벗어나, 김 경위와 함께한 지난 1년간 가출·비행 등을 저지르지 않았다. 김 경위는 “마음을 열고 변화해준 A 학생에게 고맙다. 앞으로도 교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