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원동면에 있는 대형 건설기계 주기장이 이용 수요가 없어 텅텅 빈 이른바 ‘유령 주기장’으로 전락했다. 건설기계 업체들이 외곽 주기장에 등록만 하고 도심에 건설기계를 대거 세워둬 원성을 사고 있다.

　15일 오전 양산시 최고 오지인 원동면 용당리 일대 건설기계 1300여 대를 둘 수 있는 3만3378㎡(약 1만 평)의 한 대형 건설기계 주기장.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보니 굴착기 1대만 서 있을 뿐 주기장은 잡초로 무성했다. 업체명과 연락처 등이 적힌 건설기계 대여업 주기장 표지판만 곳곳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일부 표지판의 글자는 희미하게 지워져 보이지 않았고, 업체명이나 연락처가 명기되지 않은 표지판도 상당수였다. 더구나 입구에 ‘차량 출입금지’라는 표시와 줄이 설치돼 있어 건설기계 주기장인데도 건설기계가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확인 결과 이곳에는 110개 정도의 건설기계 대여업체 주기장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식별이 가능한 85개 주기장을 분석한 결과 부산지역 업체 79개, 울산 3개, 양산 2개, 김해 1개로 부산 업체가 대다수였다. 이는 건설기계 대여 및 매매업 등록에 필수인 주기장은 사무소 소재지와 동일한 시·군·구 설치가 원칙이지만 인접 시·군·구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양산과 인접한 부산 북구와 금정구 동래구 등에 사무소를 둔 건설기계 대여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저렴한 양산 원동면에 대거 주기장 등록을 하고 있다. 양산시에서도 37개 건설기계 대여업체가 1200여 대의 건설기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기장은 시 외곽인 원동면과 상북면, 웅상 명동과 김해, 울산시 등지에 두고 있다. 양산 시가지인 물금읍에 공영 주기장 1곳이 있지만 30여 대만 수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산과 양산지역 업체 대부분이 건설기계를 지정된 주기장이 아닌 시가지 사무실과 가까운 주택가나 공사장 인근 공터 등에 세워 놓아 이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 금정구의 한 주민은 “주민만 피해를 보는 눈가림식 건설기계 주기장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산시 관계자는 “주기장 관련 법과 현실이 맞지 않는 점은 인정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시도 대책 마련에 고민이 많다.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사항은 시정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의 한 대형 건설기계 주기장이 굴착기 한 대만 서있을 뿐 텅 비어 있다. 입구에는 차량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줄로 건설기계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의 한 대형건설기계 주기장이 굴착기 한대만 서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입구에는 차량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줄로 건설기계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