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세계 도시정책을 관장하는 유엔 해비타트의 빅터 카숍 부사무총장과 ‘지속 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 체결을 위한 화상회의를 열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건설이 주제였다. 유엔이 구상하는 해상도시와 인공섬의 차이점을 알아봤다.

	해상도시 조감도. 부산시 제공

	해상도시 단면도. 부산시 제공

해상도시의 제1원칙은 주택과 에너지·물·식량의 자급자족. 인공섬과 달리 해상도시는 물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 위에 건설된다. 정육각형 모양의 유닛을 수 십개 만들어 연결한다. 유사시에는 선박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바이오락(biorock)을 이용 해안 생태계를 재생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부산·울산·경남은 해양 플랜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밀집해 있어 해상도시 건설에 유리하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 울산시는 해상도시와 비슷한 개념인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36조 원을 투입해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 주변에 서울시 면적의 2배에 달하는 6GW급 세계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

부유식 풍력발전이란 발전기를 바다 위에 띄워 먼바다의 강하고 지속적인 바람을 사계절 활용하는 개념이다. 전력 생산효율이 높고 시장 효율이 커 세계적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 앞바다는 평균 초속 8ｍ 이상 양질의 바람이 사계절 부는 것은 물론 넓은 대륙붕을 갖추고 있어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부유식 해상풍력은 고정식보다 초기 투자비가 더 필요한 단점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개발’ 2단계 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사진은 8MW급 뷰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부산시는 해상도시 테스트베드(실증연구단지·약 6000평) 사업이 본격화되면 선진기술 선점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건설비는 유엔이 부담한다. 파트너 도시는 해양 공간 제공과 인허가에 협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해상도시와 달리 인공섬은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해 바다 매립이 필요하다. 환경 파괴 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1990년대 부산시는 영도 앞바다를 매립해 초대형 인공섬을 건설하려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전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송도국제도시·영종국제도시·서래섬·세빛섬과 매립 계획이 진행 중인 마산해양신도시가 대표적인 인공섬이다. 가덕신공항도 바다를 일부 매립해 건설될 예정.

인공섬 건설에 뛰어든 국가도 많다. 덴마크는 올해부터 2070년까지 50년 동안 수도 코펜하겐 앞바다에 약 2.6㎢(축구장 400개 넓이)의 인공섬을 건설할 계획이다. 비용은 26억유로(약 3조5000억원). ‘리네트홀름’이라고 불리는 인공섬에는 3만5000명이 살 수 있는 주택이 건설된다. BBC는 “덴마크 정부는 인공성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방파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섬나라 몰디브도 1997년부터 인공섬인 ‘훌후말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제공항 주변의 산호 지대 위에 모래를 쌓아 4㎢ 이상의 ‘육지’를 만들었다. 현재 훌후말레에는 5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동안 투입된 비용은 1억9200만 달러(약 2160억원).

한편 기후변화로 2100년 해수면은 지금보다 1.1m 상승해 해안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의 30%(약 24억 명)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유엔 헤비타트는 2019년 4월 ‘해상도시’ 건설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부산시는 유엔 실무단의 부산 방문과 해상도시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면 연내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