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의 전초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9·17 못골 시위’(국제신문 지난 1월 28일 자 4면 등 보도)의 주역 김맹규(63·사진) 씨가 명예 졸업장을 받는다.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된 이가 명예 졸업하는 건 처음이다.

부경대는 27일 하계 학위수여식에서 김 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6월 부마항쟁진상규명위원회는 김 씨의 명예회복을 결정해 학교에 학사징계기록 말소와 명예 졸업장 수여를 권고했다.

위원회가 부마항쟁 관련자로 의결한 인물이 명예 졸업장을 받는 건 김 씨가 처음이다. 부마항쟁에 참여한 최종철 열사가 지난해 4월 부산대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았는데, 그가 5·18 민주유공자란 점이 직접 계기였다.

김 씨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제적당했다. 징계를 받은 다른 참여자들은 이내 학적을 되찾았지만, 시위 이후 다른 학교로 적을 옮긴 김 씨는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적자로 남아 있다.

김 씨는 시위의 기획자다. 그는 그해 8월 YH무역사건 당시 기업가 대신 여공을 탄압한 박정희 정권에 분노했다. 야당 지도자인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정치적 고향 부산에서 유신 반대 시위가 일어나면 정권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와 뜻이 맞은 부산공업전문대학(현 부경대) 동지들은 학내에서 시위를 벌인 뒤 중구 광복동 시내로 나가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시위 직전 계획이 발각돼 김 씨는 지도교수에 의해 경남 김해 한 사찰에 감금당했다. 시위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지만, 신홍석 씨 등 동지들은 학내에서만이라도 계획을 밀고 나가로 했다. 이들은 그해 9월 17일 낮 12시30분께 메가폰으로 사이렌을 울려 학생 약 500명 모은 뒤 유신 철폐와 박정희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김 씨와 신 씨, 서석권 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82일간 옥살이를 했다.

부경대 민주동문회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나아가 학교의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문회는 “정권 하수인을 자처한 학교 측에 총장 사과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교 졸업 이후 중학교 도덕 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김 씨는 통일 교육에 헌신하는 등 지속해서 사회 운동에 참여해왔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