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아파트에서 심야시간에 공포 체험을 하려는 외부인이 늘면서 주민 불만(국제신문 지난 7월 19일자 8면)이 커지는 가운데 이전으로 방치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외부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공포체험 콘텐츠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검 등 공포감을 과장해 전달하면서 인근 주민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7일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영도구 동삼동 옛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부분원(영도 국과수 분원)에서 최근 유튜버들이 심야시간 공포체험 방송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유튜버 A 씨 등은 지난 3일 카메라와 손전등을 들고 폐쇄된 영도 국과수 분원에 들어가 공포체험 영상을 아프리카 TV에 실시간으로 내보냈고, 이날 유튜브에도 업로드했다.

A 씨는 ‘귀신을 보는 술사’라는 콘셉트로 흉가 등을 돌며 공포방송 콘텐츠를 만든다. 이날도 A 씨 등은 ‘폐 부검실에서 나는 썩은 냄새와 이상한 소리’라는 제목으로 20분 분량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심야시간 관리가 소홀한 영도 국과수 분원에 들어가 공포심을 조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A 씨는 바닥의 그을음을 보더니 “여기에 타죽은 사람이 있어요. 잠시 나갔다 오자”며 “부검이 이뤄졌던 곳인데 죽은 사람 냄새가 난다”고 과장해서 방송했다. 영도 국과수 분원 영상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9200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영도 국과수 분원에서는 단 한차례도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영도 국과수 분원은 지난 1993년 건립된 후 18년간 연구소로만 사용됐다. 부검은 2011년까지 금정구 청룡동 부검실에서 이뤄졌고, 영도 분원이 양산으로 이전한 이후로는 양산 분원에서 하고 있다. 유튜버 A 씨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영도 국과수 분원이 이전하면서 건물을 양도 받은 부산대병원이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데, 낡은 건물이 장기간 방치되자 인근 주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동삼동 주민 박모(39) 씨는 “관리 주체가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기관인 부산대병원 측에 연락해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후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해 가짜 콘텐츠를 만든 유튜버의 처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