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 부산 도시철도 수송 분담률 낮아
- 지역 현실에 맞는 대안 마련해야
- 지역별 불균형 해소 방안 요구도

9일 KNN 방송국에서 열린 2021 부산시민 대토론회의 제4세션 ‘15분 생활권도시 실현을 위한 과제’에서는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와 함께 매년 하루를 정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 실천하자는 의견도 제안됐다. 15분 생활권도시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집을 중심으로 교육 취미 문화생활 등 모든 일상적 활동이 가능한 15분 생활권을 말한다.

9일 KNN 방송국에서 열린 2021 부산시민 대토론회 네 번째 세션 토론자들이 ‘15분 생활권도시 실현을 위한 과제’ 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 이동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계획과 교수,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장, 조정형 부경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 성희엽 부산시 정책고문. 전민철기자

서울시립대 정석(도시계획과)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주요 선진국의 15분 도시 현황을 소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1962년부터 30여 년간 보행화 구역을 지속적으로 넓혀 1962년 1.37%에 불과하던 보행화 구역 비율이 30여 년 뒤인 1996년에 8.33%로 확대됐다. 재선에 성공한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 전역의 자동차 운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시내 노상주차장 72%(6만 면)을 자전거 도로와 보도 녹지 등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탄소 배출을 성공적으로 줄인 사례다.

정 교수는 “유럽연합 15개국은 지난 3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탄소 배출을 20% 이상 줄였다”며 “탄소 배출이 매년 급증하는 우리나라는 대자보 도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행자의 날(11월 11일) 또는 세계 차 없는 날(9월 22일) 등 1년에 하루는 차 없는 날을 운영해 시민이 차 없는 거리의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경대 조정형(공업디자인과) 교수는 “차 없는 거리를 턴투워드 부산 행사가 열리는 11월 11일로 지정하면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15분 도시에 관한 장밋빛 전망만 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현실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광회 시 도시균형발전실장은 “도시철도의 교통수송분담률이 도쿄는 86%, 런던은 65%, 서울은 40%에 달하지만 부산은 20%에 불과해 지상 공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편리하고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심 갈맷길 중 장애인과 노약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배리어프리 갈맷길로 조성해 보행약자를 위한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동현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 집 주변에 도서관이나 생활체육센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정형 교수도 “많은 도시가 어떻게 하겠다고 밝히는 경우는 많지만,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는 비중은 작다”며 시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시청자 참여 글에서는 ‘해운대 센텀시티처럼 산뜻하게 정비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질문도 쏟아졌다.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폐교가 이뤄지는 곳도 있고 학생 과밀로 분반하는 곳도 있는 등 지역별 편차가 크다”며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 꼭 필요한 부분을 강화해 지역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성희엽 시 정책고문은 “오늘 토론회에는 시의 정책을 응원하거나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질문이 많은 것 같다”며 “시민과 공감하면서 시의 정책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