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부가 얀센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내놨다. 얀센 돌파감염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지난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를 보면 지난달 17~30일 발생한 18세 이상 확진자 중 48.1%가 돌파감염이었다. 백신 종류 중에는 얀센 접종자 발생률이 0.315%로 아스트라제네카 0.137%, 화이자 0.053%, 모더나 0.007%, 교차 0.098%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 공중보건연구소(PHI)의 보고서에는 얀센 백신 감염 예방 효과가 88%에서 5개월 만에 3%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기자도 지난 6월 11일 얀센 백신을 맞았으니, 꼭 5개월이 지났다. 아마 백신의 효과가 3% 정도 남지 않았을까. 이성적으로는 부스터샷을 맞는 것이 당연했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컸다. 앞서 맞았던 백신에서 부작용이 심했던 탓인지 주변에서도 “맞겠다”는 사람보다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접종 의사가 있는 사람도 “남들 맞는 거 보고 결정하겠다”며 접종을 미뤘다.

그러나 기자가 부스터샷을 맞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위드 코로나였다. 어딜 가나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5개월 전 맞았던 얀센을 믿고 버틸 자신이 없었던 거다. 예방률이 3%라고 하지 않나. 지난달 31일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시도했다. 전에는 경쟁률이 심했는데, 부스터샷은 그렇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3분 만에 일사천리로 예약할 수 있었다. 얀센을 다시 맞을 수 있었지만, 항체 비율을 높이기 위해 mRNA 계열로 예약했다.

지난 15일 접종 예약 당일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단순한 예약 확인 전화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예약 시간을 변경해달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1바이알을 뜯은 뒤 6시간 내 백신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 때문에 소중한 백신을 버릴 수도 없는 터라 오후 4시 예약을 12시30분으로 바꿨다.

병원에서 내가 맞을 백신을 확인했다. 모더나였다. 의사와 문진을 한 뒤 주사를 맞았다. 1회분의 절반인 25㎖만 맞았는데, 얀센처럼 묵직한 느낌이었다. 강한 근육 주사를 맞은 듯 했다. 접종 후 병원에서 20분간 대기했다 귀가했다.

기존에 없었던 무기력함과 멍한 느낌이 2시간 정도 지속됐다. 소파에서 잠시 쉬었더니 괜찮아졌다. 체온도 정상이었다. 얀센 때처럼 첫날은 큰 부작용이 없이 지나갔다. 자기 전 예방 차원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한 알(500㎎ ) 먹고 잤다.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한기와 몸살이 시작됐다. 간혹 두통 증세도 있었다. 체온을 제보니 36.7~37.3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약을 먹으면 잠시 좋아졌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몸살 기운이 나타나길 반복했다. 이런 패턴은 이틀 날 계속 이어졌다. 접종 부위의 근육통도 이튿날까지 계속됐다. 이튿날도 약을 한 알 더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틀 뒤 아침은 꽤 개운했다. 근육통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약간 추위가 느껴지고 가끔 머리가 뜨끔 거리지만, 이상없이 출근해 약 없이 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근육통도 약간 불편할 뿐 아픈 정도는 아니다. 체온도 정상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 분석을 보면 얀센을 맞았던 사람이 똑같은 얀센으로 부스터를 맞으면 항체가 4배 증가, 화이자 부스터샷은 35배 증가한다고 한다. 기자가 맞은 모더나는 76배 증가한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주변에서 부스터샷을 맞을 지 물어본다. 그때마다 “부작용이 코로나19보다 무서우면 맞지말고, 코로나19가 더 무서우면 맞으라”고 말한다. 기자는 주변에 부작용을 겪은 사람도,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더 많다는 거다. 그들이 겪었던 후일담을 보면 코로나19는 결코 만만한 질병은 아니다. 어쨌든 기자는 부스터샷을 맞는 쪽으로 선택을 했고, 맞아보니 처음 얀센을 맞을 때보다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진 걸 느꼈다. 앞으로 4~5개월 후 다시 추가 접종의 기회가 오면 다시 맞을 의향도 있다. 이제 남은 12일 동안 항체를 76배 증가하길 느긋하게 기다릴 계획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