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지침 변경에 따라 내년부터 대학생 현장실습생을 채용한 기업의 부담금이 대폭 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학생의 현장실습 기회가 대폭 줄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대학교는 내년 1학기부터 현장실습에 참가하는 기업의 부담금이 현장실습생 1인당 132만 원(4주 기준)으로 올린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7월 고시한 ‘대학생 현장실습 학기제 운영 규정’의 전면 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교육 시간 배정 비율에 따라 표준학기제(25% 이하)와 자율학기제(25% 초과)로 나뉘는데, 대학 평가 지표에 표준학기제만 반영된다. 자율학기제를 실시하면 기업의 부담금을 낮출 수 있지만, 재정지원사업 평가 등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한 대학들이 표준학기제를 선택한다. 이로 인해 올해 1학기 50만 원의 기업 부담금이 내년에 무려 세 배가량 증가한다.

이로인해 기업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했다. 부산대는 이를 우려해 2학기 현장실습에 자율학기제를 시행해 교육 시간 배정 비율을 최대 50%까지 높여 기업 부담금을 132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낮췄다. 부산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부담금 인상은 참여 기업 이탈로 이어졌다. 1학기에 참여한 기업은 78개였으나, 2학기에는 50곳으로 줄었다. 부산대 관계자는 “교육부에 자율 학기제도 평가 대상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참여 기업이 줄어도 표준학기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내년 1학기부터 표준학기제를 시행할 예정이다”며 “기업이 빠져나가 현장실습 기회를 잃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입장이 바뀌길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현장실습생 채용 기회마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형태의 채용 방식을 논의 중인데 쉬운 일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기업의 현장실습생 운용 실태에서 드러난 문제점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이 현장실습생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 대학생의 권리 확보에 주안점을 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훈 기자

▶표준 현장실습 학기제

직무 관련 교육시간 비율이 100분의 10 이상 25 이하. 교육 비율 25% 직무 비율 75%로 하면 기업 자부담 최소 최저임금의 75%

▶자율 현장실습 학기제

직무 관련 교육시간 비율이 100분의 25 초과. 최대 100분의 50까지 가능. 교육 비율 50% 직무 비율 50%이면 기업 자부담 최소 최저임금의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