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시범사업 기간 국비 투입
- 전면 도입 전 사회적 논의 필요”
- 기업 전가 땐 경제계 반발 클 듯
- 국가 분담·안정기금 조성 등 필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아프면 쉴 권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 상병수당이 시범도입(국제신문 16일 자 6면 보도)된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아플 때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앞서 상병수당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향후 국내에서도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다음 달 4일부터 경남 창원, 전남 순천, 서울 종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경북 포항 등 6개 지역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협약이 체결되면서 상병수당 도입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보건복지부가 공모를 통해 시범 지역을 선정했다.
지원 대상자는 시범 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취업자와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의 노동자다.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할 수 없는 동안 하루에 4만3960원을 지급한다. 보장 기간은 모형에 따라 다른데 최대 90일과 120일이다. 구체적인 상병수당 지원요건과 신청 방법 등은 이달 중 별도로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상병수당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재원 마련이 제도 실현의 관건이다. 암 치료 후 일상 복귀를 돕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쉼표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주마다 상병수당 기준 등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무급으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해주고 직급 등도 업무 복귀 전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스위스는 기업이 우선 상병수당으로 지급하는데, 노동자가 민간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해 재원을 기업과 공동으로 부담하는 형태다. 기업은 노동자가 민간보험을 통해 상병수당 수령 시 월급의 80%를 받지 못하면 차액만큼 보전해주기도 한다. 일본은 국민건강보험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표준 보수의 3분의 2가량을 상병수당으로 지급한다.
국내에서는 우선 국비로 시범사업의 재원을 충당한다. 향후 1년간 마련된 예산은 총 110억 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3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 국비 확보 규모에 따라 매년 참여 지자체를 늘려갈 예정”이라면서 “다만 시범사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때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범 사업 후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때 상병수당을 기업이 부담하게 되면 경제계 등이 반발할 수도 있다. 부담이 큰 만큼 노동자나 국가가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있다. ㈔쉼표 박은혜 사무국장은 “우선 상병수당을 도입하게 돼 환영한다”면서 “다만 안정적인 기금 등을 통해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 또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은 치료 기간이 더 필요해 보장 기간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