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 직후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는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건 정무라인이라는 증언이 8일 법정에서 나왔다.

연합뉴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태수 전 부산시 정책특별보좌관, 신진구 전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세 사람은 오 전 시장의 당선 뒤인 2018년 6월부터 그 해 8월까지 시 산하 25개 공공기관의 65개 직위 임원에게 일괄적으로 ‘시장 취임 전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2019년 1월까지 부산시설공단 등 총 56개 직위가 교체됐다. 이 같은 공소사실을 두고 세 사람은 구체적으로 사퇴 압력을 넣도록 지시한 이가 누구인지를 두고 주장을 달리해왔다.

이날 재판에는 이병진 행정부시장을 포함한 부산시 공무원 등 총 11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이 부시장은 2018년 6월 25일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주재한 마지막 확대간부회의에서 일괄 사퇴를 화두로 꺼낸 인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 취임 때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종용하고 사직서를 받은 사정의 맥락을 파악하고 있다. 본인도 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핵심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법정에서 이 부시장은 ‘정무라인’인 박 전 특보와 신 전 보좌관이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두 사람이) 공기업뿐만 아니라 시 내부 인사나 각종 주요 사업 전반을 다 판단하셨다”고 말했다. “박태수 정책특보의 검토나 보고 없이는 시장 보고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상황이란 말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도 이 부시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부시장은 “오 전 시장 취임 전까지 사표를 받으라는 말을 신 보좌관으로부터 받았다. 취임 전까지 시장님께 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박 전 특보도 일괄적으로 빨리 정리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증언에 앞서 오 전 시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먼저 이들은 지금의 공소사실만으로는 오 전 시장이 어떤 식으로 두 부하직원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이 두 부하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오 전 시장이 취임하기 전에 이미 기관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부산시설공단이나, 주식회사로서 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는 벡스코 등 일부 기관에서 발생한 사임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