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피란주거지 생활상을 간직한 부산 서구 비석마을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시작됐다. 문화재청 잠정목록 등재 조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피란수도 부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 중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지. 서구청 제공

서구는 최근 아미동 비석마을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고 11일 밝혔다.아미동2가 32필지(1만7573㎡)를 대상으로 시비 1억9941만 원 투입해 내년 3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

이번 용역은 주택 노후화나 재개발로 인한 유산 훼손을 막아 문화재청 잠정목록 등재 조건 맞추기 위한 것이다. 피란수도 부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려면 먼저 잠정목록에 등재돼야 하는데, 문화재청이 종합보존관리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비석마을은 피란수도 주거지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일본인 묘지 공간 위에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주거지를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피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5월 부산시가 공개한 ‘아미동 비석마을 생활문화 자료조사’를 용역의 기틀로 삼는다. 당시 조사는 부산대 산학협력단이 맡았다.

먼저 피란생활유산을 발굴하고 공간적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을 구분한다. ▷제1 유존지역(하부 대규모 묘지 구조 추정) ▷제2 유존지역(피란민 주거밀집 지역 추정) ▷유산구역(부산시 첫 등록문화재 비석주택 등) ▷완충구역(일본인 묘지 추정 구역 전체) 등으로 나눠 보존 계획을 수립한다.

또 비석마을 거주민의 정주 환경개선과 생활환경 보호 방안도 마련한다. ▷무허가주택 거주민의 거주 지속성 보호 ▷공공시설 확충 ▷상업화 방지 및 주거생활 안정화 ▷지역 이미지 제고 및 정체성 확보 등의 방안을 세부적으로 조사한다. 구 관계자는 “용역 이전 주민설명회를 개최했고, 설문조사 결과 응답 주민의 69.5%가 찬성했다. 지구단위계획 지정안이 나오면 추가로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