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황화수소 여고생 질식사

- 하수구 0.220PPM·토구 0.153PPM 등
- 황화수소 배출 허용기준 7~11배 넘어
- 여름철 장기간 악취 맡으면 인체 영향
- 노출사고 재연될까 시민·관광객 불안

# 보건환경연 "저감대책 절실"

- 하수관로 정비·음식물 수거 빈도 늘려
- 비점오염 저감시설 오염물 유입 차단을
- 폭우 땐 하수관거 오수·빗물 섞여 역류
- 수영구, 오수·우수 분리사업 착수 예정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우측 민락동 해변을 감도는 악취가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거주민의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곳 공중화장실을 찾은 여고생이 황화수소에 과다 노출돼 질식사한 참변이 불과 3년 전 일인지라 시민과 상인은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 황화수소 노출 불안감 여전

21일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민락회타운 근처에서 발생하는 악취 물질중 가장 농도가 짙은 성분은 황화수소였다. 지난 6월 10일 진행된 1차 조사 때 하수구와 토구(하수 배출구)에서 검출된 황화수소는 각각 0.220PPM, 0.153PPM이었다. 이는 기타지역의 악취 배출 허용 기준 (0.02PPM)의 7~11배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3차 조사에서는 비점오염 저감시설에서 농도 0.077PPM의 황화수소가 확인됐다. 황화수소는 썩은 달걀 냄새에 자주 비유된다.

이 밖에도 썩은 양배추 냄새와 유사한 메틸메르캅판이 토구(0.003PPM)와 하수구(0.005PPM)에서 검출됐다. 이것 역시 기준치 0.002PPM을 초과한 수치다.

시민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황화수소로부터 풍기는 악취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한다. 2019년 7월 민락회타운 공중화장실에서 여고생이 질식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인으로 고농도 황화수소에 노출된 점이 지목됐다. 이 때문에 비교적 낮은 농도의 황화수소라도 주변을 맴도는 것 자체에 걱정이 앞선다. 한 주차장 관리인은 “비점오염 저감시설과 인근 공공화장실도 악취가 심각하다. 요즈음 같은 여름철엔 시설 바깥에서도 냄새가 강하다”며 “3년 전 황화수소 때문에 여고생이 질식 사망한 사건도 있어 들어가도 문제가 없는지 조금 불안하다” 말했다.

■ 지자체 악취 저감대책 마련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우측 민락동 해변 하수구에 음식물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최혁규 기자

이번 조사를 수행한 연구원은 악취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활용한 배출허용기준은 악취가 기준일 뿐 인체 유해성은 검토된 바 없다. 허용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당장 인체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장기간 고농도로 유출되면 위험해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악취 차단 맨홀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락동 일대에는 빗물과 오수를 따로 모으는 분류식 하수관거가 깔렸다. 평상시에는 차집시설이 오수를 걸러 빗물만이 관을 흐른다. 그런데 큰 비로 차집시설 용량을 초과하면 오수가 넘쳐 빗물과 섞인다. 연구원은 하수구 윗부분에 악취 차단 맨홀을 설치해 관광객에게 악취가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점오염 저감시설 내부로 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하수관로 정비와 음식물 쓰레기 수거 빈도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영구는 악취 유발 원인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강성태 구청장은 “연구원의 의견을 따라 장마가 끝나면 바로 물탱크 청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비 지원을 받아 오수와 우수를 확실히 분리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 악취가 일어나는 원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 민락동 해변 악취 조사 결과 (1차 조사 기준) 악취 종류 기준치 토구 유출부 하수구 복합악취(OU/㎥) 500이하 448 669 황화수소(PPM) 0.02이하 0.153 0.220 메틸메르캅탄(PPM) 0.002이하 0.003 0.005 뷰틸산(PPM) 0.001이하 0.002 0.002 iso+n 발데르알데하이드(PPM) 0.003이하 0.005 0.005 iso+n 발레르산(PPM) 0.001이하 0.002 0.002 ※자료 : 부산시환경보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