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 광장.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주최한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엘시티 계단오르기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소방대원 670명 이 모였다.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동 1층에서 101층까지 계단 2372개를 올라가는 이번 경기는 방화복 간소복 차림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전국 소방대원들의 체력증진과 화합의 장을 마련함은 물론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개최됐다.

26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101층 빌딩 LCT에서 열린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오르기 대회’ 참가 소방관들이 86층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대회를 앞두고 대원들 사이엔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방대원은 현장이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난 탓인지 즐거운 분위기였다. 세종소방서 전우찬(34) 소방교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밤샘 근무를 마치고 세종에서 왔다. 함께 근무하는 동기들과 대회에 참석하게 돼 전혀 피곤하지 않고 기쁘다”고 말했다.

첫 대회인 만큼 소방 측은 기자들에게도 대회 참가 기회를 줬다. 13명의 기자가 참가한 가운데 본지 기자도 방화복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다. 오전 9시30분 첫 주자가 출발한 뒤 오전 10시10분 마지막 출발까지 레이스 출발은 부문별로 30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응원단의 힘찬 응원 함성 속에 기자도 출발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평소 수영으로 체력을 길러와 어느 정도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휴게 지점인 20층까지는 한달음에 올라갔다. 하지만 첫 휴게 지점을 지나자 금방 위기가 찾아왔다. 방화복을 입은 탓에 땀 배출이 제대로 안 돼 얼굴에 땀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 휴게 지점에서 제공하는 물을 따로 챙기지 않아 탈수 증상까지 왔다.

가까스로 두 번째 휴게공간인 48층에 올라가 부족한 수분을 충전하고 다시 출발했다. 꾸준히 계단을 올라가자 앞서 출발했던 참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기진맥진한 표정이었다. 한 참가자는 계단에 걸터앉아 “전날 과음으로 도저히 끝까지 올라가지 못할 것 같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70층을 넘어서자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90층에 다다르자 진행 요원이 다 왔다고 말해줘 다시 기운이 났다. 이윽고 101층 정상에 도착하자 소방 관계자와 대회 진행요원들이 열렬한 박수와 완주 메달을 건넸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완주했다는 기쁨에 짜릿했다.

대회에 참가한 소방관들은 이런 체력 대회가 현장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정소방서 부곡센터 오재영(56) 소방위는 “젊은 소방관 동료들과 비교하면 체력적으로 많이 달리기 때문에 부지런히 체력 훈련을 하는 편이다. 이번 대회도 동료들과 함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다음 대회에 참가할 땐 전략을 잘 세워 기록에

이번 대회에서 방화복 분야 1위를 차지한 윤바울 소방교가 언론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최혁규 기자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화복 분야에서 1위는 충북 청주 동부소방서 윤바울(29) 소방교(23분48초)가 차지했다. 윤 소방교는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야식을 안 먹는 등 몸관리를 한 것이 좋은 기록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번 대회로 전국 소방공무원이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어떠한 재난 상황에도 대응 준비가 돼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희망한다. 앞으로 시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따뜻한 119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