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다음 달 6일 4시간 공동 파업한다. 이들 3사가 같은 날 함께 파업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달 26일 2022년 임단협과 관련한 파업 찬반투표 후 개표하는 모습. 국제신문 자료사진

현대중공업 노조는 22일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노조는 이튿날인 다음 달 7일에는 7시간 순환 파업을 벌이고, 같은 달 13일부터는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이들 노조가 공동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각 사측뿐만 아니라 그룹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별다른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3사 노조가 총력으로 투쟁하려 한다”며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측은 당장 만족할 만한 제시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합법 파업하려면 조합원 과반 찬성과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앞서 3사 모두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다만, 조정 중지 결정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는 내려졌으나, 현대미포조선은 노동위원회로부터 ‘행정 지도’가 내려져 파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미포조선은 노동위원회에 지난 18일 다시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노동위원회는 노사가 충분히 교섭했는데도 입장 차이가 좁혀질 상황이 아니면 조정 중지, 교섭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정 지도 결정을 내린다.

노조의 이런 강경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파업 돌입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사측이 교섭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교섭과 관련해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사내 여론에 부담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30차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각각 20여 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3사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교육비 지원 현실화, 사회연대기금 10억 원 출연 등을 올해 교섭에서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3사가 같은 조선사업장이지만 엄연히 별개 회사로 경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 교섭은 비합리적이다”며 “여전히 교섭은 진행되는 만큼 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모처럼 맞이한 조선업 특수를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