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비 과정에서 무단훼손으로 논란을 일으킨 경남 김해시 구산동의 세계 최대 규모 지석묘(고인돌) 사건은 인허가와 관리·감독 등에서 일어난 부당하고 부실한 업무처리 때문으로 나타났다.

길이 10ｍ, 너비 4.5ｍ, 높이 3.5ｍ, 무게 350ｔ의 세계최대 고인돌과 주변 박석들. 김해시 제공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남도와 김해시를 대상으로 지석묘 훼손 사건과 관련해 인허가와 공사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조사 감사보고서’를 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 도와 김해시의 위법·부당사항 2건을 확인하고 관련 공무원 6명은 징계, 3명은 훈계, 2명은 주의 처분했다.

도 감사위는 이번 감사에서 김해시가 현상변경 허가 기간이 2021년 6월 30일 끝났는데도 다시 허가받기 전인 같은 해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허가 없이 박석(고인돌 주변에 깐 얇고 넓적한 돌)과 기단을 해체해 이동했다고 밝혔다. 또 재허가 기간에는 앞서 허가를 위반해 이동한 박석을 세척해 재설치하는 등 매장문화재 묘역을 훼손해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수리업자인 A 건설은 설계서와 다르게 시공한 내용을 감리원과 발주자에게 서면 보고하거나 시공 전 방침 승인을 얻지 않았고, 감리원인 B건축사사무소는 부적정한 시공 행위에 대한 확인과 기록, 발주자에 대한 보고 등을 하지 않아 감리업무를 소홀히 처리했다. 김해시는 이들 수리업자와 감리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김해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석묘 유존 지역 전체에 대한 ‘정비사업 목적’의 발굴 조사 허가와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매장문화재인 지석묘에 대해서 ‘학술 발굴 목적’으로 발굴 조사 허가를 받아 정비사업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 감사위는 경남도의 현장 점검 소홀도 지적했다. 경남도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정기 이행 실태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이를 지난해 1월과 4월에 김해시에 자체 점검하도록 통보해 직접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남도는 애초 현상변경 허가 기간이 만료된 2021년 10월 28일 김해시의 허가 기간 연장 등을 위한 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현장 입구에서 김해시 담당자로부터 설명만 듣고 실제 현장을 살펴보지 않아 무허가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는 2007년 구산동 택지개발 부지에서 발굴돼 상석과 묘역석만 확인하고 매장주체부는 미확인된 채로 복토해 지하에 보존한 유적으로 2012년 7월 19일 경남도 기념물 제280호로 지정됐다. 덮개돌인 상석 무게가 350ｔ에 달해 세계 최대 고인돌로 추정된다. 이후 김해시가 2019년 3월 국가사적 지정을 위해 구산동 지석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다가 상석 주변 박석 이동과 세척 등 문화재 훼손 사실이 알려져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따라 정비사업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