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스토킹범죄처벌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연인 관계인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번호가 차단당하자 메시지를 9차례 보내고 전화를 29차례 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모두 A 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지만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엇갈렸다. 피해자는 A 씨의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1심 법원은 부재중 기록 자체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해 스토킹 행위라고 봤다.

2심 법원은 부재중 기록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벨 소리는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 하지만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기록이나 벨 소리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판례가 생겨났다.

이에 대법원 역시 이번 재판에서 처음으로 부재중 기록을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