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 대비
- 안전의식·위기대처 능력 함양
- 네티즌 "어이없음" 비아냥도

중국 복건성(福建省)의 하문(厦門)대학교가 9월 학기부터 나무타기 과목을 개설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일부 대학교의 학생들이 나무 오르내리기 수업을 통해 위험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을 접한 하문대 학장이 이를 벤치마킹해 과목 신설 결정을 내린 것.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정식 과목으로 나무타기를 채택하자 많은 네티즌이 실소를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요즘 대학에서는 문화 과목조차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어이없는 과목을 개설하다니…그렇게 배울 것이 없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말 할 일 없는 대학"이라며 "손오공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교수하면 되겠네"라며 비아냥거렸다.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대학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나무타기 과목은 단순히 나무에 오르내리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재난, 재해 등의 위험에 빠졌을 때 헤쳐나올 수 있는 정신력과 판단력, 기능을 배양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문대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좋은 지식과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위기 대처 능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전해도 지진이나 폭우, 홍수, 산사태 등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인류가 여전히 무기력하다"며 "재해 발생 시 자신을 보호하고 남을 구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지금 중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다양한 지식 터득과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처에 널려 있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나 하는 점"이라며 "나무타기 과목은 체력단련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하나의 시도이고 이런 종류의 과목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베이징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집안에 있던 남녀가 침대 시트를 이용해 8층에서 무사히 탈출한 사진과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런 이야기와 사진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시민이 안전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며, 따라서 위기대처 능력 함양은 영어단어 몇 개를 더 외우고 수학 문제를 더 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실용적이라는 게 대학 측의 입장이다.

이 대학 체육학과 교수는 "나무타기 수업이 좀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안전 지식도 중요하지만 안전·생존 기능을 체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원=비웬슈(Bi Wenxiu·畢文秀, 상하이복단대학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