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조보 제공

- 부인이 비번 잘못 눌러 인출 불가
- 은행측 "명의자가 직접 와야" 요구
- 시민, 딱한 사정 외면 비난 봇물

은행의 융통성 없는 비밀번호 변경 규정 때문에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할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직접 은행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해당 은행 측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중국 섬서성 서안시에 사는 한 70대 할머니가 최근 시내 모 은행 지점에 돈을 찾으러 갔다. 남편 이름으로 매달 2000위안(40만 원 상당)이 이 은행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이 날도 생활비를 인출하러 간 것. 할머니는 그러나 고령인 데다 긴장만 하면 손을 많이 떠는 바람에 3차례나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 돈을 빼내지 못했다.

은행 직원에 문의를 하니 비밀번호를 3번 잘못 입력하면 통장 명의자가 직접 은행에 와서 번호를 변경해야 한다는 규정만 툭 던지고 돌아섰다. 할머니는 남편이 75살인데 지금 암에 걸려 걷지도 못하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투병 중이라는 사정을 얘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는 병원으로 돌아가 남편한테 은행에 직접 가야한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 업무로 위급한 환자를 실어나르는 병원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할머니는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면서 의사의 허락을 받아냈다. 남편을 구급차에 싣고 이동하던 중 할머니는 동승한 병원 직원에게 딱한 사정을 얘기했고, 구급차는 방향을 바꿔 은행으로 갔다.

은행 앞에 도착한 뒤 병원 직원은 할아버지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구급차에 누워 계시니 은행 직원이 직접 나와 동영상을 찍든 사진을 찍든 해서 통장 명의자임을 확인하고 가족이 대신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은행 측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들것에 실려 직접 은행으로 들어가 지문을 다시 찍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은행이 돈을 많이 예금한 사람이나 VIP 고객을 상대로는 방문 서비스까지 하면서 소시민의 딱한 사정을 몇 번이나 외면한 것은 부도덕함의 극치이다. 은행은 문을 닫아라"라며 비난을 퍼붓고 나섰다. 은행 측은 뒤늦게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내부 규정을 개선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통신원=비웬슈(Bi Wenxiu·畢文秀, 상하이복단대학 중문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