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소요 사태가 이틀째인 25일에도 계속돼 시위 가담자들이 경찰차를 뒤집고 있다.

- 남북전쟁 후 흑인 해방 불구
- 백인들 기득권 유지에 총력
- 불평등 여전·빈부격차 심화
- 누적된 모순 결국 다시 폭발

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29)은 비무장한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해 무참히 살해했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귀갓길에 변을 당한 마틴은 후드 차림이었고 소지품은 캔디와 아이스티 음료가 전부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지머먼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44일간 체포조차 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배심원단이 지난해 7월 지머먼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 평결을 내리자 흑인사회는 인종차별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였다. 당시 배심원단은 백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5명과 1명으로 구성됐고 흑인은 한 명도 없었다.

	서부 최북단 시애틀에서 최남단 마이애미에 이르기까지 항의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 주 애틀란타 경찰이 무장한 채 출동을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흑인사회가 버락 오바마를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배출하는 역사를 만들었지만 피부색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양분화 현상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흑인들이 '폭동'으로 응답하면서 미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심하게 분열하는 양상이다.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이 발생한 지 22년이 지났음에도 이처럼 미국이 인종차별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흑백 간 불신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연방 흑인의원 모임에서 퍼거슨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과 흑인집단 간에 '불신의 심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남북전쟁을 거치며 흑인들이 노예에서 해방됐지만 이를 계기로 상실감에 빠진 백인사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은밀한 노력에 빠져들었다. 흑인의 참정권을 허용하면서도 그들의 영향력을 제한하려 선거구를 마음대로 조정했고, 흑인의 주요 소득원인 정부 부문 일자리는 계속 줄였다.

이런 경향은 남부 지역에서 특히 강해 흑인들을 사실상 '위험인물'로 규정하고 백인 위주로 구성된 경찰에 무제한의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들이 양산됐다. 총기사용에 관한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플로리다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이 대표적. 이 법은 정당방위를 넘어 과잉방위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포토 ID 없이는 투표를 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흑인사회를 견제하려는 백인사회의 '꼼수'로 지목된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에 따르면 흑인의 25%는 정부가 발급한 포토 ID가 없다. 따라서 이로 인해 600만 명의 흑인이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조차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흑인사회와 달리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등 국가기관을 두루 장악한 백인사회는 아주 은밀하게 자신들의 이권을 강화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흑백 간 빈부 격차는 심화됐다. 브랜다이스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대공황 이전 흑인에 비해 평균 4배가 많던 백인의 재산이 2010년에는 6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2009년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티파티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흑인사회는 다시 한 번 타격을 받았다. 세금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큰 정부 전략'에 제동이 걸리며 흑인들의 일자리도 줄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