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최대 승자는 푸틴" 분석도

그리스의 새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이끌고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사진) 신임 총리는 그 여세를 몰아 구제금융 재협상 의지를 거듭 천명한데 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반대하고 나서 EU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의 이런 행보는 EU의 균열로 비치고 있으며, 러시아가 그리스 총선의 최대 승자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총리실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EU가 그리스의 동의를 받지 않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이 같은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근 친러시아 반군의 대대적 공격으로 악화하자 EU 28개국 외무장관은 29일 긴급 회동해 대 러시아 추가 제재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왜 푸틴이 그리스 총선의 최대 승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리스 좌파 지도자인 치프라스 총리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싸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취임 이후 첫 공식 접견자가 러시아 대사였고 대 러시아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당시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정도로 시리자가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AFP는 지적했다. 이는 그리스 새정부가 EU 대열에서 벗어나는 독자 외교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EU와의 갈등 또는 대립 전선을 예고했으며 이를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그리스 총선의 승리 수락연설에서 "처참한 긴축은 끝났다"며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구제금융 재협상 의지를 다졌다.

3200억 유로(약 388조 원) 규모인 그리스 국가채무의 절반 정도를 탕감해야 한다는 것이 치프라스 총리의 주장이지만 EU 주요 회원국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