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투표소 셀카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가 자신이 기입한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것을 놓고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론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론이 충돌한 것. 선거의 고전적 원칙인 비밀투표 주의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일반화된 시대 변화를 맞아 도전을 받는 양상이다.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투표소 셀카'를 금지한 주법에 반기를 드는 판결이 나온게 불을 댕겼다. 뉴햄프셔는 새 법을 제정해 2014년 9월부터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찬반을 기입한 뒤 찍은 투표용지 사진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망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 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콩코드연방 지방법원의 폴 바버도로 판사는 사진 게재의 금지가 부정선거 예방보다는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바버도로 판사는 판결문에서 "투표용지 사진이 매표(買票), 강압에 의한 투표를 조장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주 정부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 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이제부터가 논란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다수의 주들이 비밀투표에 충실한 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매표 등 부정선거가 기승을 부렸던 미국의 19세기가 남긴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법 정신에 따라 이들 주는 '투표소 셀카'는 당연히 안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인디애나 주처럼 아예 법에 못박은 곳도 있다. 그러나 메인, 오리건, 유타 주가 최근 법을 고쳐 사실상 '투표소 셀카'를 허용한 데 이어 이번 뉴햄프셔 주 판결까지 나오면서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