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서 지구온난화를 늦출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EPA 연합뉴스

- 2020년 이후 적용 환경기준 제시
- 국제여론 주도 美 국내상황 탓
- 교토의정서 같은 강제조약 난망
- 반기문 "탄소저감 이행 점검해야"

세계 약 15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회의는 2020년 이후 모든 나라에 적용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워싱턴 외교가는 파리 총회의 합의 도출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참가국 대다수가 새로운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정상회담을 거쳐 나온 미·중 간의 합의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이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26~28%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량을 배출하는 중국이 2030년을 전후해 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 워싱턴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1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신(新) 기후체제가 필요하다는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2025년까지 연방정부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41.8% 줄이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은 파리 총회를 앞두고 각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일종의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복병이다. 총회 주최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주요국들이 국제조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주장하는 데 비해 오바마 대통령이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를 유독 강조하는 것은 이런 국내 정치를 의식한 포석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처럼 구속력 있는 조약으로 가려면 미국 의회가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신 기후체제에 기여하는 최대 쟁점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30억 달러(한화 3조3000억 원)를 녹색기후기금(GCF)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대목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미 결사반대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리 총회의 성공 여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미국 내 정치적 압력을 반드시 돌파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각국 지도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주는 데 달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파리 총회를 앞둔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적 규제를 강조했다. 총회를 앞두고 180여 국가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 또는 규제에 관한 세부계획을 제출한 데 대해 반 총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세계 각국의 약속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저감 목표의 이행 상황을 오는 2020년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