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최남단, 뉴질랜드의 인버카길이라는 동네에 사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작업실을 겸하는 다 쓰러져가는 창고에 살며 이웃들에게 괴짜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협심증을 앓기까지 하는 이 노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기억될 것이라고는, 세계에서 단 두 명 말고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두명은 다름 아닌 '버트 먼로' 자신과 그의 이웃집 꼬마였다.

자동차, 모터싸이클 등 바퀴달린 모든 것들의 최고속도를 시험하는 곳이 미국의 본네빌이다. 바트 먼로는 평생 이 본네빌에서 달릴 꿈을 키워가며 자신만의 바이크를 튜닝하고 커스텀 빌드하며 하루하루를 보냇다.

직접 티타늄을 주조해 피스톤을 만들고, 포드 트럭에서 떼온 차축을 개조해 피스톤 로드를 만드는 등 그의 꿈은 그에게 있어 간절한 것이었다. 그런 그의 애마는 1920년대에 만들어진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고물 아닌 고물'이었다.

그는 1940년부터 정식으로 뉴질랜드 모터사이클 기로에 도전했다. 그는 1940년, 194.4km/h를 기록해 뉴질랜드 공공도로 최고속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바이크 사랑에, 1947년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만다.

이후 일을 그만두고 차고에 살며 하루의 대부분을 바이크 개조에 쏟기 시작했다. 이어 1957년, 해변을 달려 시속 213km를 기록해 뉴질랜드 해변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그의 '인디언'은 뉴질랜드에서 한계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한계'를 위해 미국 본네빌을 찾게 됐다.

하지만 본네빌에 도착해서도 그와 인디언은 달릴 수 없었다. 사전 신청 및 기술 검토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마 '인디언'은 너무 구형이라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먼로의 미국 친구들인 롤리 프리(Rollie Free)와 마티 디커슨(Marty Dickerson)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둘은 미국 속도 기록 협회의 일원으로서 보네빌 레이스 관계자들을 설득해 먼로가 보네빌 소금 사막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64세였다.

당시 그는 애마 인디언을 몰고 시속 288㎞로 달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해를 거듭하며 계속 속도에 도전했고, 5년 후인 1967년에는 시속 300㎞의 벽을 넘었다. 비공식 계측 기록은 시속 331㎞를 넘겼다. 공식 계측 기록은 305.89㎞로 1,000㏄ 이하 스트림라이너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중 한명이 되었다.

그는 계속해서 속도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매년 인디언과 함께 본네빌을 찾아 한계에 도전했다. 허나 건강은 그의 속도 사랑을 견뎌내지 못했다. 본네빌 속도 기록 위원회는 1975년 건강 문제를 사유로 먼로의 라이선스를 중지시켰다. 의사들은 사고로 인해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는 평생을 함께 해온 인디언에서 내려야했다. 1978년 1월 6일, 그는 눈을 감았다. 일평생 속도를 추구했던 이의 마지막이었다.

이후 2006년, 버트 먼로는 미국 모터사이클협회(AMA)의 명예의 전당에 추서됐다. 그의 고국인 뉴질랜드는 2006년부터 먼로의 이름을 따서 만든 모터사이클 대회 '버트 먼로 챌린지'를 그의 고향인 인터카길에서 매년 열고 있다.

그의 아들 존 먼로(John Munro)는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나눈 것에 조용히 기뻐하셨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