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 비자 발급을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125개국 500곳에 설립된 공자학원. 연합뉴스

국내 대학들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말부터 일선 대학이 신청한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에 대한 1년짜리 E-2(회화지도) 비자 연장과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고 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국내 외국어학원 등 교육기관이 외국인 회화강사를 초청할 때 발급받는 E-2 비자는 사업자등록증, 학원등록증, 고용계약서, 강의시간표 등을 제출하면 그동안 어렵지 않게 발급받을 수 있었다.

수도권 A 대학은 지난해 11월 대학 내 공자학원에서 5년여간 근무한 중국인 부원장의 E-2 비자 1년 재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고용관계 및 보수지급 체계가 E-2 비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올해 1월까지 2개월만 연장해주고 1년연장을 거부해 이 학원 부원장은 지난달 귀국했다. A대학은 후임 중국인 부원장의 E-2비자도 반려되자 이번에는 '초빙교수' 자격을 부여해 E-1(교수) 비자를 발급 받으려 했지만 이 역시 실제 근무지와 보수지급 주체 등의 문제로 불허됐다.

A대학은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 10명 중 E-2 비자 만기가 임박한 5명을 교체하기 위해 중국 측이 새로 선발한 강사 5명에 대한 E-2 비자를 최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했지만 발급받지 못했다.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이 국내 기관이 아닌 중국 정부와 고용계약을 맺는데다 급여도 한국 측이 아닌 중국이 부담하는 탓에 E-2 비자를 내줄 수 없다는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에 대한 E-2 비자 발급 중단이 최근 양국 사이에 불거진 '사드 갈등'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는 공자학원 강사 E-2 비자 발급 중단에 대해 "작년 8~9월께 일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국내 초청 공자학원 E-2 강사들의 고용관계 및 보수지급 체계가 E-2 강사 채용 기준에 맞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법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부 신청 건을 거부 또는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입국관리법령에 맞게 운영하고자 하는 것 외에 다른 배경이나 의도는 전혀 없다"며 "현재 대학 측과 협의 중이며 공자학원 관련 사업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법무부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가한판(國家漢辦)이 관리하며 중국어 교육과 각종 행사 개최를 통해 중국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2004년 11월 서울 양재동에 세계 최초로 개설된 뒤 2015년 말 현재 125개국에 모두 500곳이 설립됐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