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카오 은행에 있던 자금
- 노동당에 자진반납 지시 거부

- 정통성 직결되는 김정은 생모
- 고용희 아닌 김옥으로 발언
- 심기 건드려 암살했단 설도

- 말레이 경찰, 남녀 2명 추가체포
- 시신은 북한으로 인도 예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정남이 관리하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산과 장성택 비자금을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 됐다거나, 평소 김정은 위원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출생의 비밀을 함부로 언급해 변을 당했다는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은 16일 김정남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김정남 부검 결과는 18일께 나올 것으로 보이며, 시신은 북한에 인도될 예정이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과학수사 요원이 김정남의 부검이 실시된 병원의 문을 나서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AP연합뉴스

■ 비자금 둘러싼 '골육상잔'(?)

대북 소식통은 이날 "얼마 전부터 (중국에 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김정남을 '마카오의 큰손'으로 불렀다"며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해외에 있던 장성택 자금의 대부분이 김정남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이 아버지인 김 전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적잖은 유산을 물려받았다며 "김정일이 생전에 정치에서 배제돼 해외로 떠돌아다니는 맏아들 김정남을 불쌍히 여겨 상당한 재산을 하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통치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김 위원장이 김정남에게 마카오 은행에 있는 자금 전부를 노동당에 반납하고 북한으로 들어오라고 여러 번 지시했지만 듣지 않았고,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남이 김 위원장의 생모는 셋째 부인 고용희가 아닌, 넷째 부인 김옥이라고 발언해 암살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출생의 비밀을 김정남이 함부로 언급하는 등 이른바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 도주 용의자 체포 관건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새벽 2시께(현지시간)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두 번째 여성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 여성은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 여권이 도난이나 분실 여권일 수도 있어 진위를 확인 중이다.

이 여성은 전날 붙잡힌 베트남 여권 소지 여성과 함께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서 셀프체크인 기기를 이용하던 김정남에게 접근해 독살한 것으로 의심된다. 현지 경찰은 또 두 번째 체포 여성의 남자친구인 말레이시아 남성도 추가로 체포했다.

그러나 이들이 김정남 암살을 직접 주도한 게 아니라 다른 남성 용의자들의 사주에 따라 범행한 것이라면 도주한 나머지 용의자들이 잡히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건 실체 파악이 힘들 수도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찰에 붙잡힌 첫 번째 용의 여성은 체포 후 경찰에서 자신은 단순히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