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리포트 전날보다 배 늘려
- "美 장단에 춤춰" 北 힐난에 '경고'

- 말레이, 中에 시신확인 협조요청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이 갑작스럽게 중국을 맹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 관영 CCTV가 이 사건과 관련해 평양 현장을 연결해 보도해 주목된다. 관영 CCTV가 평양 주재 자사 특파원을 연결해 김정남 피살 사건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압둘 라니 쿨럽(왼쪽) 말레이시아 NGO 대표가 24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한에 항의하는 편지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사건인 데다, 그 배후로 김정은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북한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관영 CCTV의 이런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CCTV는 24일 아침 뉴스에서 평양 현지 기자와 연결해 김정남 사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CCTV는 '말레이시아 경찰청장 브리핑', '평양 현지 리포팅', '한국 정부와 민간반응' 등 전날보다 2배나 많은 분량으로 김정남 사건을 10여 분간 집중 보도했다. CCTV는 우선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사건을 인터폴에 수사 협조 요청했다는 내용을 전한 뒤 말레이시아 정당 단체가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을 항의 방문한 사실도 보도했다.

이어 평양 주재 CCTV 기자의 리포팅을 통해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이번 사건이 한국과 연루됐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CCTV는 사망자를 '김정남'이라 하지 않고, '북한 국적 남성'이라고 지칭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말레이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며 맹비난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말레이시아 당국이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해 중국에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베이징 가족인 본처와 아들, 그리고 마카오 거주 둘째 부인과 한솔·솔희 남매의 DNA 샘플 등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걸 도와달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고위급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김철의 친족과 연락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어 중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