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리스트 돌변이유 관심 집중
- 전문가 "주변부 인물 의도적 포섭"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차량·흉기 테러를 벌인 뒤 사살된 테러리스트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범행동기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가벼운 범죄 전력이 있지만 테러리스트로 보기 어려운 차분한 삶을 살아온 50대 가장이 왜 극단주의 폭력을 선택했는지에 안보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이 '런던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며 영국국기 색깔 조명을 켜고 있다. AP 연합뉴스

런던경찰청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테러범은 영국 출신의 52세 남성 칼리드 마수드라고 공개했다. 영국 남부 켄트에서 태어난 마수드가 최근 웨스트미들랜즈 주 버밍엄에서 거주했고, 여러 가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또 그가 현재 정보당국의 테러 의심 감시망에 있지 않았으며 이번 범행과 관련해 정보당국에 사전에 입수된 정보는 없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그는 폭력 등으로 2003년까지 수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었지만 테러와 관련해 기소된 적은 없었다.

영국 BBC방송,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언론은 마수드의 이력을 살핀 뒤 그가 평온한 가장에서 테러리스트로 돌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수드가 최근까지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던 버밍엄 윈슨그린 지역의 이웃들은 그가 차분했고 가족들도 매우 조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안보 당국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주목을 받지 않던 마수드가 거대 악당으로 돌변한 원인이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대테러 정책을 수립해 참사 재발을 막는 데 핵심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공개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선전 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어제 영국 의사당 앞 공격 주체는 IS 병사"라며 "이번 작전은 (IS 격퇴) 국제동맹군 국가의 시민을 공격하라는 부름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IS가 주변부 인물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마수드를 의도적으로 선동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대테러 전문가 라파엘로 판투치는 "(테러단체들은) 테러리스트 의심 명단에 올라있지만, 요주의가 아니라 주변부에 있는 인물들을 찾고 있다"며 테러단체 관계자들이 이런 인물들과 접촉해 테러 사상을 전파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승용차 테러' 지금까지 범인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부상자 4명은 병원에서 치료 후 전날 퇴원했고 중상을 입은 박 모 씨(67·여)는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