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이 주요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테러대책법안을 19일 중의원 법무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함께 제출한 '테러대책법 수정안'이 이날 오후 열린 중의원 법무위원회에서 다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테러대책법은 조직범죄를 사전에 모의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공모죄 구성 요건을 변경한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개정안은 공모죄의 적용 대상을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정했다. 조직적 범죄집단은 테러 조직이나 폭력단, 마약밀수조직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주요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는 특정인이나 단체를 표적 수사할 수 있고 일반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해왔다.

앞서 일본의 야 4당은 지난 17일 공동으로 가네다 가쓰토시(金田勝年) 법무상에 대해 법안 관련 답변이 불충분했다며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다음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자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자민당은 이달 23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킨 뒤 참의원 법안 심의를 거쳐 이번 국회 회기 내 최종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법안이 지난 2016년 3월 국내에서 통과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이하 테러방지법)과 닮은꼴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은 서로를 '서일본'과 '동조선'이라고 칭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닌 범죄 모의·의심 인물에 대한 처벌 및 규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민간인 사찰'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해당 법률에 대해 "마음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날 국회 밖에서 시민 1천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법안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편 국내 '테러방지법'은 2016년 2월 23일 본회의에서 직권 상정됐으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야당이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진행됐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3월 2일, 해당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테러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원에 정보수집 및 추적권을 부여하고 테러위험인물을 감시·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