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9일, 이란 고원에 위치한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물이 암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정보가 나돌았다. 유물을 경매에 내놓은 이는 '알리 아크바'라는 상인이었다.

경매가 이뤄진다고 알려진 발루치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걸쳐진 험란한 지역으로 발루치족과 더불어 여러 소수민족이 사는 곳이다. 하지만 행정적으로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나눠서 통치하는 지역이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을 알립니다. 사진=PIXABAY)

이런 가운데 유물이 나타난 곳은 파키스탄의 관할지였고, 이에 파키스탄 주 정부는 파키스탄 문화재 보호법으로 알리 아크바를 고발하고 미라를 찾아 왔다.

아크바의 말에 따르면 4개월 전 모하메드 부추라는 부족장의 집에서 보관돼 있던 미이라를, 자신이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팔게 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모하메드 부추를 체포해 미라에 대해서 물었다. 부추는 2년 전인 1998년, 이 미라를 샤리후 샤 바키라는 이란인에게 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미라를 보관한 뒤부터는 자꾸 안 좋은 일이 생기고, 한 여인이 꿈에 나타나서 울부짖는 악몽에 시달려 아크바에게 미라를 처분해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고고학자들이 미라에 대한 감정을 해본 결과, 해당 미라는 기원전 600년경의 것으로 고대에 이란과 서 아시아 지역을 다스린 대제국 아케네메스 왕조의 초대 국왕인 키루스 2세의 왕녀의 미라로 추측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 미라는 고대 이집트 양식으로 싸여 목관에 담겨진 채, 성형 문자가 새겨진 사르코파구스(미라를 보존하는 석관) 안에 보관되어 있었고, 가슴 위의 금으로 된 플레이트에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왕 크세르크세스 1세의 딸, 로두구네라고 씌여 있었다고 한다.

이는 고고학적으로 대발견이였고 미라의 보관 상태가 아주 양호해서 자연히 세계 고고학자들의 이목은 그곳으로 집중됐다. 그러자 이 미라에 대한 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미라의 자료를 본 고고학자들과 해부학자들은 뭔가 이상한점이 있다고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미라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자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과학자들과 첨단 장비를 동원해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 결과 해당 미이라는 고대의 미이라가 아니라 1996년에 사망한 20대 여성의 시신이었다. 미라화된 여성의 시체 목 부위에서 둔기로 인한 골절이 발견됐다.

당국은 해당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으나 결국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