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파괴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개짖는 소리”라고 받아치는 등 양국 사이에 격앙된 반응이 오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 발언 보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반박성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미 공군 창설 70주년 기념 연설에 나섰는데, 연설 이후 외신과 이를 인용한 국내언론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거론하며 “미국의 첨단무기가 미국의 적들을 완전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일파만파로 퍼졌다.

하지만 CBS의 워싱턴 특파원발 기사에 따르면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CBS 특파원은 “이상한 점은 당일 앤드루스 기지로 떠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이 다 소진됐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대답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설 이후 백악관을 통해 입수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은과 연설 동영상, 당일 동선과 발언을 시시각각 전해주는 백악관 기자단의 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적들을 완전파괴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AFP 통신의 오보가 이 같은 사태의 발단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FP통신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 미국의 첨단 무기가 미국의 적들의 영혼을 완전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로 북한을 질타했다.(Donald Trump on Friday lashed out at North Korea warned that advanced US weaponry could make the souls of America‘s enemies ”crumble“)”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보도에 쓰인 ’make the souls of America‘s enemies crumble(미국의 적들의 영혼을 바스러지게 만들다)’이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their souls will tremble(적들의 영혼은 떨 것)’이라는 말을 잘못 듣고 옮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CBS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군 기지에서 20분가량 했던 연설하는 동안 ‘영혼(souls)’이라는 표현은 오직 이 문장에서만 사용됐다.

현장에서 급박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트렘블(tremble)을 크럼블(crumble)로 잘못 듣고 송고한 기사는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를 타고 일파만파 퍼지며 사실마냥 굳어졌다.

CBS 특파원은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는 지금 시국에 잘못 전달된 신호 하나가 자칫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국내 언론보도 세태에 대한 우려와 씁쓸함을 드러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