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 4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극우당으로 분류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정당으로 의회에 입성하면서 앞으로의 메르켈 총리의 정치 행보가 가볍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이날 오후 6시 투표를 마친 뒤 발표된 공영방송사들의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기사 연합은 최고 33.3%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총선 승리를 확신할 만한 득표율로,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게 4선 연임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올라 유럽 정치사의 새역사를 썼다.

메르켈 총리와 경쟁한 마르틴 슐츠 후보를 내세운 사회민주당은 득표율 전망이 최고 20.9%에 그쳤다.

그럼에도 메르켈 총리가 ‘표정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분석의 배경에는 예상을 웃돈 AfD의 ‘선전’이 작용한다.

AfD는 반(反)난민, 반이슬람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극우정당으로 최고 13.4%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제3정당 국회입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반면 기독·기사 연합의 연정파트너로 거론돼 온 자유민주당의 예상 득표율은 최고 10.5%로 4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연정 파트너 가능성이 제기되는 녹색당이 9.4%로 뒤를 이었으며 좌파당이 8.9∼9.0%로 3위권을 경쟁하던 군소정당 중 가장 낮은 예상 득표율을 얻었다.

기독·기사 연합은 비록 승리를 거뒀지만 여론조사 결 대비 6% 포인트가량 낮은 득표율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메르켈 총리의 4번째 집권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013년 총선에서 얻은 41.5%의 득표율과 비교해도 9%포인트나 떨어진 결과다.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승리 예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기대했었다”며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그들에게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25.7%를 기록했던 사민당도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슐츠 후보는 “독일에 슬픈 날이다. 우리는 선거에 졌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메르켈 총리가 자민당뿐 아니라 녹색당까지 연정에 끌어들인다고 해도 의석수는 겨우 과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연정 구성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기독·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이 이뤄지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다.

슐츠 후보 또한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야당으로서 역할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연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여론조사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AfD가 제 3정당 자리까지 꿰차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메르켈 총리의 집권 구상에 상당한 차질을 줄 전망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해냈다.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다”라며 “우리는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