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불붙은 ‘유령 이발사’ 공포가 주민의 폭력과 시위 사태로까지 옮겨가는 모양새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령 카슈미르주 히말라야 지역 경찰은 최근 이 지역에서는 괴한에 의해 강제로 머리카락이 잘렸다는 신고가 최소 40건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대개 여성으로, 이들은 “의식을 잃은 사이에 강제로 머리를 잘렸다”고 주장하면서 ‘유령 이발사’ 공포로까지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라자스탄주, 수도 델리 등지서도 이와 유사한 증언이 최근 몇 달 동안 터져 나왔다.

이들 지역 가운데 일부 주민은 ‘유령 이발사’ 공포를 빌미로 자경단을 자처하며 무장한 채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또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자경단의 위협으로 관광객 등 최소 12명이 구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인도를 방문한 한국인 20대 남성 관광객 1명도 최근 ‘유령 이발사’로 지목돼 성난 군중에 둘러싸였다가 경찰의 개입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한 사례도 몇 명 있다고 밝혔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손동영 영사는 “인도 잠무-카슈미르주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애초부터 여행경보 단계상 ‘여행금지’ 바로 아래인 ‘철수권고’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카슈미르 분리주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며 이 지역 여행을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 9일에는 스리나가르 등지에서 경찰의 ‘유령 이발사’사건 대처에 불만을 표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연막탄 등 진압 장비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5살 어린아이가 크게 다치기도 했다.

아직 ‘유령 이발사’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카슈미르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세력은 마을을 이동하며 은신처로 삼는데, 이번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에 대한 경계를 높여 이들의 활동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현재 유령 이발사에 관한 정보 제공자에게 주는 제보 포상금을 기존의 두 배인 60만루피(약 1000만 원)로 올렸다.

정부도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각 지역 정부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