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왕족 숙청이 석 달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외형적으로 반부패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애국적 재산 헌납’과 더불어 현 국왕과 왕세자에 대한 ‘충성 맹세’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엘리트 계층을 겨냥한 자칭 ‘반부패 수사’가 ‘애국적 자산 헌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반부패 수사로 구금된 사우디 왕족의 석방 대가로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석방 합의금이 정부의 재정을 떠받치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애초 석방 합의금 요구를 거부하면 더욱 강경한 조처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의 일부 왕족은 석 달간 리야드에 있는 5성급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돼 부패 혐의 외에 별건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이후로 그 호텔에 구금된 왕족들이 하나둘씩 풀려났다.

관심이 집중됐던 사우디 억만장자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도 27일 석방됐다.

빈탈랄은 이번에 합의금 또는 지분 양도에 합의한 뒤 풀려난 여러 명의 사업가 중 한 명이라고 WSJ는 소개했다.

지난 주말에는 사우디 건설그룹 회장인 바크리 빈 라덴과 중동 최대 방송사 MBC 소유주이자 언론재벌인 왈리드 알이브라힘도 풀려났다. 왕권의 경쟁자였던 압둘라 전 국왕의 두 아들도 거액을 헌납한 뒤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

사우디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들은 잘못을 시인하는 서류에 사인한 다음 풀려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낸 석방합의금은 수천억∼1조 원 대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알자다안 사우디 재무장관은 사우디 당국이 반부패 혐의로 조사받은 약 350명에게서 전체적으로 대략 1000억 달러(약 106조6000억 원)를 받았다고 지난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