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냉전 시대에 쓰이던 ‘데탕트 위기’라는 단어가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보낸 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반응은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 재고려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세계와의 소통에 동참한 바 긴장완화가 이어져 오자, 일각에서는 미국과 구소련 간의 긴장이 완화되던 1970년대 사용되던 용어 ‘데탕트’를 거론하기도 했다. 데탕트(détente)는 프랑스어로 ‘휴식’ ‘완화’ 따위의 뜻을 가진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로 인해 ‘데탕트’는 ‘데탕트 위기’로 변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말고 전화나 편지를 해달라”고 밝히며 북한에 대화의 여지를 남겼고, 김정은 위원장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 줄 용의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차례 ‘위기’라는 낯말이 덧붙은 ‘데탕트’가 다시 한번 북한과 미국 나아가 세계에 천명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