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사회 정책 보좌관이었던 레몽 수비가 ‘노란 조끼’(Gilets Jaunes)를 ‘사회적인 미확인비행물체(UFO)’로 규정했다.

레몽 수비는 지난 14일 자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전통적 방식의 투쟁에 직면했을 때, 그것이 매우 강력했을지라도 정부는 그 대처법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정부는 정체를 모르는 새로운 세력에 직면했으며 이는 사회적인 미확인비행물체와도 같다”라고 말했다.

노란 조끼 집회는 구심점이 있는 기존의 노조 집회와는 달리 가시적인 조직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지도자도 전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집합체’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처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2개월째 다양한 계층과 집단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노란 조끼 집회는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18% 인상에 반발해 시작됐으나 이는 직접민주주의 확대 및 마크롱 퇴진 등 그 요구 사항이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유류세 및사회 보장기여금 (CSG) 인상 철회와 더불어 최저임금 월 100유로 인상도 약속했다. 노란조끼 시위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부유세를 부활하라는 요구에는 “여기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며 단호히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후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비교적 잠잠해졌던 노란조끼 시위는 이제 그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마크롱이 ‘사회적 대토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고조됐다.

마크롱은 지난 13일 ‘국민에게 쓰는 편지’를 발표하여 대국민 토론회에서 세금, 국가와 공공기관 환경, 민주주의와 시민권 등4개에 주제와 관련하여 “금기 없는 토론을 펼치자”라고 주장하며 “어떤 질문도 금지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기업적 경제 개혁안은 고수하겠다는 마크롱의 강경한 입장과 난민 인정 제도 폐지 등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자 시위대 대표 중 한 명인 막심 니콜이 지난 14일 자신의 유투브 영상에서 “이건 입 닥치고 내 말이나 들어”라는 뜻이라며 비난했고 여론도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업체 오독사 덴츠 고사는 ‘이번 토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 8만 명 이상이 집결하면서 그 열기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대 국민 토론회’에서 양보책을 제시했고 ‘사회적 대토론’으로 아직 불만이 여전한 국민들에게 ‘소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노란 조끼 시위는 다시 불붙게 되면서 그가 ‘완전히 새로운 집단’을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