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는 무기 현대화 … 긴장 고조
- 일각선 “별개 유럽군 만들자”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오는 4일(현지시간) 창설 70주년을 맞는다.
1949년 출범한 나토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의 안보를 지켜낸 성공한 동맹이었다. 그러나 현재 나토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은 전례 없는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무기체계를 현대화하며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의 핵심은 방위비 분담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노골적으로 유럽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 회원국의 주머니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2011년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지만, 2018년까지 이를 충족한 회원국은 전체 29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3월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독일은 나토에 막대한 돈을 빚지고 있어 독일에 대해 더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윗을 올리자,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은 공식 성명까지 내고 펄쩍 뛰었다.
방위비 분담뿐 아니라 각종 안보 관련 사안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견해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소리(VOA)는 2일 “일부 미국 관리들은 나토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유럽의 태도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러시아와 해저 파이프라인 연결을 계획했고,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실례를 들었다.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압박해오는 것도 나토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무력으로 침공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나포하는 등 동부 전선에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나토는 3, 4일 워싱턴에서 창설 70주년 기념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대러시아 관계,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토의 역할,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논의한다.
앞서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며 더 많은 분담금 지출을 요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분담금을 늘리고 있다”며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나토와 별개로 유럽군을 창설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우리는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안했다. 메르켈 총리도 이에 찬성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모욕적”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럽은 먼저 미국이 보조금을 엄청나게 주는 나토 분담비에 대한 공평한 몫을 치러야 한다”고 유럽군 창설 움직임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