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영화 같은 탈출을 감행해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CNN 등의 보도를 보면 곤 전 회장은 “나는 정의를 피해 도주한 것이 아니라 부정의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어떻게 탈출했는지 알리려는 것보다 내가 체포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하루에 8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도 없었다. 기본적인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고 일본 사법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이 닛산과 일본 정부의 공모로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정의를 원해 일본에서 탈출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법정에 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본 탈출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탈출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비밀리에 입국한 뒤 9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자라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부인 캐럴 곤도 레바논 출신이다.

곤 전 회장이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자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과 일본 검찰은 곤 전 회장이 일본으로 돌아와 정정당당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 혐의로 1차 구속된 곤 전 회장은 구속과 보석을 두 차례 반복한 뒤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다 일본을 탈출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