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0년 이상 집권할 수 있는 내용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 본 투표가 1일(현지 시간) 실시됐다.

투표는 이날 러시아 전역의 9만 6000여 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이뤄졌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저녁 8시(모스크바 시간) 현재 20% 개표 상황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투표자는 72%이고 반대하는 투표자는 약 2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또 투표율은 약 65%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는 최소 한도 투표율은 없으며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개헌안이 통과된다.

잠정 개표 결과 대로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원칙적으로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을 포함한 개헌안에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도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의회(상·하원)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국민투표가 개헌을 위해 꼭 필요한 법적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이 발효할 것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에 대한 확실한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당초 4월 22일 예정이었던 이번 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차례 연기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당 8~12명 정도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정했다.

선거 당국에 따르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유권자들은 발열 검사를 받았고 1시간마다 투표소를 10분간 폐쇄해 사람들을 나가게 한 뒤 내부를 소독했다.

선거 당국은 또 지난달 25~30일까지 본 투표일에 앞서 6일간의 사전 투표를 실시했다. 동시에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 니줴고로드주 등 2개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에 인터넷을 통한 전자 투표도 허용했다.

더불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 중인 러시아 우주인 2명도 온라인 전자투표와 대리인을 통한 대리 투표 등의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