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인자 안 키우고 독주한 아베
- 자민당 총재후보 춘추전국 시대

- 한일청구권으로 꼬인 한일관계
- 개선 전환점 계기될지 ‘촉각’

- 선장 잃은 아베노믹스도 퇴장
-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 ‘황신호’

일본 정국이 지난 28일 아베 신조 총리의 중도 사임 발표로 혼돈에 빠졌다. 당장 집권 자민당은 8년 만에 새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 새 내각은 코로나19 사태와 국내 정치를 동시에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또 개헌과 ‘아베노믹스’ 계속 추진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사의를 표명한 뒤 총리관저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장기정권 끝…8년 만의 대권 경쟁

자민당 총재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아베 총리가 사퇴를 선언하자 일본 정치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했으나 연속 7년 8개월 이어진 행정 수반이 교체된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8일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장중 한때 2.65％ 하락한 것은 이런 우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아베’를 꿈꾸던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에게)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위기관리 능력을 주목받았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에게 전했다고 30일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로부터 후임자로 공식 낙점받기를 기다려 온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과 아베 총리에 공개적으로 맞서 온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더불어 주요 후보군을 형성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에서는 시모무라 하쿠분 선거대책본부장과 이나다 도모미 간사장 직무대행이 출마를 타진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후계자를 지목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신임 총재의 임기가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라는 것이다. 누가 총재가 되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셈이다. 차기 일본 총리가 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내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재선되거나 국회를 해산하고 선거에서 유권자의 신임을 확인해야 한다.

왼쪽부터 스가, 이시바, 기시다

■‘아베 없는 아베노믹스’ 운명은

아베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경제정책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대담한 금융·재정완화와 성장전략으로 이뤄진 아베노믹스의 지향점은 중앙은행을 앞세워 유동성 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사임 표명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가 400만 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했다고 자평했다. 2012년 4분기에 약 498조 엔(연율 환산)이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약 539조 (연율 환산)까지 불어났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2012년 수준을 밑도는 485조 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노믹스가 장래 일본 경제에 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재정 건전성 악화다. 팽창을 거듭해온 세출 예산은 2020회계연도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대책 비용이 포함되면서 160조 엔을 넘어섰다. 국채발행 잔액은 2012년 932조 엔에서 올해 말에는 1182조 엔으로 26.8% 많아지면서 GDP 비율로 따진 나랏빚이 180%에서 207%로 급증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던 개헌을 차기 내각이 그대로 이어받을지는 불투명하다. 중·참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고 국민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도록 한 개헌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한일관계와 도쿄올림픽은?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주도했던 만큼 한일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반면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한 양국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총리가 바뀐다고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7월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도 유동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황신호’(경계등)가 켜졌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올림픽을 최대 정치적 ‘유산’(Legacy)으로 삼으려던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 일본 정부의 추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