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양심 세력과 어두웠던 과거를 은폐·축소하고자 하는 우익세력이 1일 간토(關東)대지진 97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각자 주장을 펼치며 대립했다.

1일 일본 도쿄 도립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조(日朝)협회 도쿄도연합회, 일본평화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실행위원회’는 이날 스미다구에 있는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위령 행사를 열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를 포함하는 간토 지역을 강타한 규모 7.9의 초강력 지진을 말한다. 10만 명가량 인명피해가 난 이 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에 살던 조선인 수천 명 등이 일본의 자경단원, 경관, 군인의 손에 학살됐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학살된 조선인 수는 6661명에 달한다. 일조협회는 간토대지진 희생자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공습 피해자 유골이 함께 안치된 도쿄도 위령당 옆 요코아미초 공원에 1973년 추도비를 세우고 해마다 추도 행사를 연다.

이날 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이례적으로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메시지를 보내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 진영의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최 측이 대신 읽은 메시지에서 “일부 일본인이 이런 무시무시한 부정의를 기억하고 반성하며 대학살 피해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연다는 얘기를 듣고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우익 단체인 ‘간토대지진 진실을 전하는 모임, 소요카제(산들바람)’는 이날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에 인접한 요코아미초 공원 한쪽에서 맞불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6000여 명 학살은 거짓”이라며 일본인의 격을 떨어뜨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