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 명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 경찰·군인과의 충돌 보도는 없어
- 수치 고문도 국민에 비폭력 당부
- 냄비 두드리고 빨간 풍선 매달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민 1000명 이상이 7일 오전(현지시간)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틀 연속 벌였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양곤에서 6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진압경찰에게 장미꽃 다발을 건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 시민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대신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적인 저항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탄압을 자행했던 군부에 또다시 총칼과 군홧발로 짓밟을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7일 현지 SN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얀마인들이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제2 도시 만달레이와 군의 경계가 삼엄한 수도 네피도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열렸다면서, 시위대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경찰 또는 군과 충돌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이 차단되기 전 현지 매체의 SNS 중계 영상을 보면 거리의 시위대가 경찰이 가시철사를 치고 앞을 막자 방향을 돌리거나 이들과 거리를 두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민족주의민족동맹(NLD)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리본이 그려진 종이 피켓. AFP 연합뉴스

일부 시위대는 시위 진압복 차림의 경찰들에게 다가가 장미꽃을 달아주며 군정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경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SNS 사진을 보면 총기를 든 경찰이 방패 뒤에서 경계하고 있어,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거나 자극하려 했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1988년과 2007년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전례가 있다. 1988년 9월 민주화 운동 당시 무자비한 진압으로 3000여 명이 숨졌다.

2007년 군정의 급격한 유가 인상으로 불거진 시위에서는 수백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를 우려해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쿠데타 당일 성명을 통해 국민에게 쿠데타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도 ‘비폭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미얀마인들이 군부가 할 수 있는 폭력 진압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 그들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비폭력적 방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인들은 쿠데타 이틀째인 2일 밤부터 최대 도시 양곤시를 중심으로 ‘냄비 두드리기’를 통한 항의 시위를 계속 진행 중이다.

미얀마에서는 냄비 등을 두드려 소음을 내는 것이 악마를 쫓아내는 의미라는 점을 빗대 군부를 비판한 것이다.

양곤 시내 상점 거리와 아파트 베란다 등에는 최근 빨간 풍선과 빨간 셔츠가 매달린 모습이 눈에 띈다.

병원 의료진과 필수업종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진료를 거부하거나 아예 사직함으로써 군정의 통치에 타격을 주려는 움직임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SNS를 통해 군부를 비판하고 미얀마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지지를 전 세계에 호소하는 글들도 주요 비폭력 저항 수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