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다, 디폴트 예고에 주가 19%↓
- 자자오예도 채권 만기 연장 실패
- 中, 유동성 위기 시장 안정 주력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부동산 업체가 디폴트를 선언, 업계 연쇄 도산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양광 100’(선샤인 100)이 1억7890만 달러(약 2100억 원)의 채권과 이자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 6일 블룸버그통신은 “양광 100은 전날 원금 1억7000만달러, 이자 890만 달러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를 상환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올해 만기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디폴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양광 100은 “거시경제 환경과 부동산 업종을 포함한 여러 요인의 부정적 영향이 유동성 문제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헝다가 디폴트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번 채무불이행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부각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헝다는 지난 3일 늦은 밤 홍콩 증권거래소에 올린 ‘올빼미 공시’를 통해 기습적으로 디폴트 위기 상황을 공개했다. 헝다는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 원)의 채권자로부터 채무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헝다가 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가 선언되고 이는 다시 대규모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 공식 디폴트 선언이 나면 만기가 남은 나머지 전체 달러 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만기가 남은 헝다의 달러 채권 은 192억3600만 달러(약 22조7000억 원) 규모다. 달러 채권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헝다의 총부채는 1조9665억 위안(약 365조 원)에 달한다. 헝다의 부채는 중국 내 은행 등 금융권, 위안화 채권, 그림자 금융 상품, 달러 채권 등에 걸쳐 있다. 디폴트 예고에 이날 헝다 주가는 19.56% 폭락한 1.81홍콩달러로 장을 마쳤다.

다른 부동산 업체 자자오예의 디폴트 리스크도 높아졌다. 자자오예는 7일 4억 달러(약 4700억 원) 규모의 달러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이 업체는 디폴트를 피하려 만기를 18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자자오예는 2015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최초로 달러 채권의 디폴트를 낸 적이 있다.

중국 당국은 헝다 디폴트 이후 시장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돼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위축은 자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파를 안긴다.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연구 책임자인 루이스 퀴즈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심각한 부동산 침체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떨어지고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헝다발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하자 중국 당국은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을 통해 오는 1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 후 중국 금융권의 평균 지준율은 8.4%로 낮아진다.

이선정 기자 일부 연합뉴스